落照(낙조)
耆隱 朴文秀
落照吐紅掛碧山(낙조토홍괘벽산)
寒鴉尺盡白雲間(한아척진백운간)
問津行客鞭應急(문진행객편응급)
尋寺老僧杖不閑(심사노승장불한)
放牧園中羊帶影(방목원중양대영)
望夫樓上妾低鬟(망부루상첩저환)
枯木蒼煙溪南里(고목창연계남리)
短裳樵童弄笛還(단상초동농적환)
尺盡/척진; 한 자만 더가면=조금만 더가면=거의 다가서다
低/저;(머리를)숙이다, 구부리다
鬟/환; 쪽, 쪽진 머리
떨어지는 해가 붉은 빛을 토하며 푸른산에 걸렸는데
찬 까마귀는 힌구름 사이를 지척지게 날아간다
나루를 묻는 행객의 말채찍은 응당 조급할 것이요
절을 찾아가는 늙은 중의 마음은 한가롭지 못하다
방목하는 동산의 염소무리는 저문 그림자를 띠었고
지아비를 기다리는 문루위엔 여인의 쪽진머리가 낮으막 하다
고목나무 푸른연기 시내 남쪽 마을에
짧은 의상 초동 아이가 피리불며 돌아오네.
朝鮮朝(조선조) 경종때 32세로 조정에 출사하여
영조때까지 三南御使(삼남어사)로 활약 하였고
세손의 사부에서 우참찬등을 역임했다.
朴文秀(박문수)가 科擧試驗(과거시험)에서
登科(등과)한 詩(시) 落照(낙조)
감상(鑑賞)
지난날 書堂(서당) 같은 글방에서 膾炙(회자)되던 시. 일설에는 박문수가 지었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박문수가 과거 보러 가는 길에 호젓한 산골 마을 큰 집에서
유숙하는데, 밤에 그 집 靑孀寡婦(청상과부)가 情夫(정부)와 不貞(부정)을 저지르기에
젊은 혈기로 그 방에 뛰어 들어가 단도로 둘을 죽이고 그 길로 서울로 향했다.
서울 가까운 마을 앞에서 非夢似夢間(비몽사몽간)에 지나가던 초동이 말을 건네어
과거 보러 간다 하니, 초동은 과거는 이미 끝났다며 장원한 작품이라며 들려주는데,
이 시의 처음 여섯 구를 외며 ‘끝 두 구는 뭐라더라?’ 하며 어물거리는 통에 잠이 깨었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사람들에게 물으니 과거는 모레라는 것이라, 서둘러 서울에 가
과거장에 들어가니 試題(시제)가 ‘落照’여서 초동이 일러준 여섯 구를 쓰고,
그 마을이 계남리였다는 것을 상기하여 끝 두 구를 지어 마무리해 내니
壯元(장원)이었다. 그 후 그 마을을 지나는데 그 집 앞에 烈女門(열녀문)이 서 있어
연유를 물으니, 그 집 청상이 침입하는 외간 사내를 칼로 찔러 죽이고 그녀도 자결해
나라에서 표창했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꿈에 그 초동이 나타나 자기는 사실 그 때
부정을 저지르던 청상의 죽은 남편이라며 ‘그대가 내 원한을 갚았고, 또 우리 가문에
열녀문이 서는 영예로움을 가져다 주었으니 그 사례로 장원시를 일러준 것이오.’
하더라고 한다. 야담같은 이야기라 하겠지만, 시작법의 본이 될 만한 작품이라
글방에서 널리 읽혔으리라 짐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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