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산파(華山派) 23 장문인 곽종인
조 용 헌
신선(神仙). 필자는 어렸을 때 할머니 무릎에서 신선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란 탓으로, 어른들로부터 장래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신선이라고 대답하곤 하였다. 경치 좋은 명산대천을 한가롭게 유람하면서 불노장생할 수 있는 삶. 한국사람 치고 신선팔자 싫어하는 사람 없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신선처럼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신선은 수 천년 동안 한민족이 가장 동경하는 인간상이었지만, 정말 신선이 한번 되어 보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매우 찾기 힘들다. 신선은 전설의 고향에나 등장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찾아보면 있다. 자신의 전 인생을 ‘신선수업’(神仙修業)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배우가 되기 위한 배우수업(俳優修業)도 있지만, 신선이 되기 위한 ‘신선수업’이라는 것도 있다. 「정신세계사」를 세운 송순현 사장. 송 사장은 국내의 도사들에 관한 가장 광범위한 인맥과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수도한다는 사람치고 「정신세계사」책 한권 안 읽어 본 사람 없기 때문이다. ‘둠벙 파 놓으면 개구리 뛰어 든다’는 속담처럼, 그가 80년대 초반에 파 놓은 둠벙인 「정신세계사」는 한국 도사들의 살롱이자 아지트이기도 하다. 그는 이 살롱을 20년 넘게 운영하다가 보니까 어느 골짜기에 어떤 도사가 어떤 공법으로 도 닦고 있는지를 훤히 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돈’과 ‘도’(道)라고 하는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필자의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최근 송 사장으로부터 한 가지 정보를 입수하였다. 평생을 신선수업에 매진한 여자도인을 한 분 만나보지 않겠느냐는 제의였다. 여자도인? 남자도 하기 힘든 공부인데 어떻게 여자가 그렇게 어려운 공부를....? 필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부분은 그 여자도인이 중국의 화산파(華山派) 장문인 자리를 물려받았다는 점이었다. 화산파라고 하면 무협지에 단골로 등장하는 문파 아닌가. 김용이 쓴 무협지의 교과서 『영웅문(사조영웅전)』을 보면 무림의 최고수들이 최종 승부를 벌이는 장소가 화산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름하여 ‘화산논검대회’이다. 나는 무협지를 애독하였던 탓으로 평소 화산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왜 무협지 작가들은 한결같이 화산파 내지는 화산을 단골무대로 설정하는 것인가? 아무리 무협지가 픽션이라고는 하지만, 거기에는 그럴만한 최소한의 역사적 근거와 배경이 있지 않겠는가? 어떻게 한국사람이 유서 깊은 중국 화산파의 장문인 자리를 계승할 수 있었는가? 그것도 남자가 아닌 여자가 장문인이 될 수 있었는가? 그렇다면 그 내공이 상당하지 않겠는가. 거기에 도달하기 까지의 ‘스프리츄얼 오디세이’(spiritual odyssey:영적인 모험)는 어떠 했을까? 등등의 궁금증을 가지고 화산파 여자 장문인을 만나보게 되었다. 장소는 서울의 잠실에 있는 5층 빌라였다. 화산파 장문인은 의외로 세속도시의 한 가운데에 거처가 있었다.
이름은 곽종인(郭宗仁). 경진생이니까 1940년생이다. 올해나이 65세. 위아래 검정색의 도사복을 입은 그녀는 머리를 정갈하게 빗어 올려서 마치 상투처럼 말아 올렸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예리함과 부드러움을 아울러 갖추고 있다. 나이에 비한다면 주름살도 거의 없는 편이다. 도교 경전들을 집대성한 전집인 『道藏』수십 권이 서가에 가득 꽂혀 있다. 책장에 어떤 책이 진열되어 있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관심사와 개성, 그리고 공부 정도를 짐작하는 법이다. 불교의 『팔만대장경』에 맞대응하기 위해서 도교 쪽에서 만든 도교대장경이 『道藏』이다. 『도장』을 서가에 꼽아 놓을 정도라면 그 사람은 도교 매니아이다. 탁자를 마주하고 앉았다. 앉은 자세를 보니 척추를 곧바로 세우고 있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수련가는 척추 아랫부분인 명문혈을 반듯하게 세워서 앉기 마련이다. 세워야만 명문혈이 안으로 들어간다. 만약 명문혈이 밖으로 휘어져 나온 사람은 정기를 너무 소모해 버렸다는 징표가 된다. 일반인은 명문혈이 대개 밖으로 휘어져 있다. 그러므로 앉는 자세만 보아도 정기가 빠졌는지 안 빠졌는지를 대강은 짐작한다. 간결하면서도 빈틈없는 자세이다. 65세의 할머니가 이 정도의 앉는 자세를 보여준다는 것은 그녀가 내공을 축적한 고수임이 분명하다는 증거이다. 오늘 주고받을 대화가 심상치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순간 느껴졌다. 질문같지도 않은 어설픈 질문을 하면 헛 바퀴만 돌고 끝난다. 고수를 만날 때의 화법은 곧바로 결론으로 치고 들어가는 방법이다. 서론을 생략해도 하등의 문제가 없다. 직업적인 특성상 정신과 의사나 학교 선생은 서론이 길어야 하지만, 불교 선승이나 도교의 도사들은 서론이 짧을수록 고단자이다. 짧을수록 효율적이다.
“화산파 도사들의 헤어 스타일은 머리 위쪽으로 상투를 트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머리를 위로 묶는 이유는 수련이라고 하는 것이 역행(逆行)이기 때문입니다. 수행이란 거슬러 올라간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이 태어나 자식 낳고 살다가 늙고 병들어 죽는 과정이 순행(順行)이라고 한다면, 선도의 수련이라고 하는 것은 여기에 반기를 들고 불사(不死)의 경지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단전호흡을 하고 보통 사람과 달리 각종 까다로운 계율을 지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보통 사람의 삶의 방향과는 역행하는 방향입니다. 즉 하늘을 향해 올라가겠다는 의지의 표상이 바로 상투입니다. 하늘을 향해 머리를 묶는 것이죠. 도사들의 상투는 범부의 삶이 아니라 하늘을 향해 비상하겠다는 강력한 신념의 표시인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이 상투를 틀었던 배경도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아마 이러한 신념과 맥락을 같이 할 것입니다. 아뭏튼 역행은 인간의 의지와 관계됩니다. 도가 수행자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아명재아불유천’(我命在我不由天)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명은 나에게 있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이야기입니다. 흔히 도 닦는다고 하면 하늘의 이치에 순응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알고 보면 하늘의 이치에 인간이 도전하는 것입니다. 적극적인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수행은 순행이 아닌 역행이라고 말씀 하셨는데, 그 역행의 예를 하나 설명해 주시죠?” “마음장상(馬陰藏相)이 그것입니다. 부처님의 신체적인 특징을 설명한 대목이 32상 80종호라는 표현입니다. 부처님은 32가지 특이한 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도교에서도 마음장상을 중시합니다. 그 뜻은 ‘말의 성기가 번데기처럼 움츠러 든 모습’이란 의미이죠. 도교 수행을 제대로 하면 남자의 성기가 어린아이의 고추처럼 변합니다. 수축이 되어서 줄어든 모양을 띄게 됩니다. 이는 밖으로 나가는 성적인 에너지가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몸 안의 임독맥을 타고 순환하게 되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섹스에너지가 머리 위로 올라가 뇌세포를 강화시키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가리켜 ‘환정보뇌’(還精補腦)라고 합니다. 정액을 되돌려서 뇌를 보강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환정보뇌가 되는 단계에 이르면 남자의 성기가 줄어들어서 어린아이 고추 같이 변합니다. 섹스에너지로 누출되지 않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섹스를 함으로써 생명을 잉태합니다. 이게 순행입니다. 하지만 수행자는 어느 단계에 도달하면 섹스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섹스를 하는 것이 순행이라면, 하지 않는 것은 역행입니다. 왜 하지 말아야 하는가. 마음장상과 환정보뇌를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야만 신선이 될 수 있읍니다.”
흔히 남자가 사정(射精)하려고 하는 순간 마음을 굳게 먹고 정액 누출을 멈추는 것을 접이불루(接而不漏)로 말한다. 접하되 사정은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접이불루가 되면 환정보뇌가 되는 것으로 아마추어들은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제대로 환정보뇌가 되려면 밖으로 배출되려고 하는 정액을 180도 방향을 거꾸로 되돌려서 두뇌로 끌어 올려야 하는 것이다. 거꾸로 되돌리려면 온 몸의 경락이 열려 있어야만 가능하다. 즉 도교 내단학에서 말하는 임독맥(任督脈)과 기경팔맥(奇經八脈)이 뚫려 있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환정보뇌가 가능한 것이다. 몸의 경락이 뚫려 있지 않은 사람이 정액이 사출되려는 순간 이를 악물고 사정을 참는다고 해서 환정보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몸에만 해롭다고 말한다. 방아쇠를 당겨 놓고서 총알이 총구에서 못나가게 붙잡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다. 어설프게 아마추어가 방중술 실습하다가는 부작용만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엄밀한 의미에서 ‘사정(射精)은 집착’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마음장상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사람은 환정보뇌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곽 장문인은 말하고 있었다. 도교 내단학에 의하면 제대로 도를 닦으면 반드시 마음장상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진짜 도인인지 가짜인지 감식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같이 목욕탕에 가 보면 안다. 남자 도사는 목욕탕에 갈 수 있지만, 여자 도사는 어떻게 감별해야 하는가. 사실 필자는 마음장상의 원리에 대해서 평소 남자 도사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그렇게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궁금한 대목은 여자 도사들의 생리변화였다. 남자는 생식기가 줄어든다고 하면 여자는 어떻게 변하는가. 평소 대단히 궁금한 부분이었지만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이 부분을 정확하게 설명해줄 만한 여자 도인을 그 동안 만나지 못하였던 셈이다. 내단서(內丹書)를 보면 여자의 생리변화는 멘스가 끊어지고, 젖가슴이 줄어든다는 정도만 설명되어 있다. 그 이상의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아마도 스승과 제자 사이에만 비밀리에 전해지는 부분이라서 그런 것 같다.
“남자는 마음장상이라고 한다면 여자들은 어떻게 생리적인 변화가 있습니까?” “여자는 적룡(赤龍:붉은 용)을 끊는다고 표현합니다. 여자들의 생리를 붉은 용에 비유한 것입니다. 남자의 에너지는 정액이기 때문에 정액사출을 금지하는 일이 중요하고, 여자의 에너지는 피에 있습니다.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멘스를 중단시켜야 합니다. 멘스를 중단시키는 방법이 따로 있습니다. 저는 결혼해서 남편이 있었습니다만, 33세부터는 부부관계를 끊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수도를 하려면 부부관계를 끊어야 합니다. 물론 남편의 양해가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나서 적룡을 끊는 단계로 들어갔습니다. 정확하게는 제 나이 38세 때 끊었습니다. 36세 때에도 6개월간 멘스가 끊어진 적이 있었지만 도중에 실패를 하였습니다. 아들문제 때문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니까 잠시 끊어졌던 멘스가 다시 나오더군요. 적룡을 끊는 초기단계에는 심리적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집안문제로 애를 태우니까 심리적 안정이 흔들렸던 것이고, 그 연쇄반응으로 멘스가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적룡이 되는 듯 하다가 실패하니까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다가 38살에 이르러서 제대로 끊었습니다. 여자가 적룡이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있습니다. 우선 아랫배가 끌어당기는 상태가 나타납니다. 끌어당긴다는 느낌이 오죠. 그리고 멘스가 오던 날이 되면 배가 아픕니다. 멘스는 없지만 배는 아픈 것입니다. 초기 현상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통증은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이 성기의 음핵도 말려서 올라간다는 사실입니다. 음핵이 수축되는 현상입니다. 일종의 마음장상이죠. 젖가슴도 줄어듭니다. 제가 애를 둘 낳아서 젖가슴이 쳐져 있었는데, 적룡이 되니까 마치 처녀 젖가슴처럼 단단해지면서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젖꼭지 색깔도 검정색에서 분홍색으로 바꿔졌습니다.”
여자가 생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인간이 의지를 가지고 수행을 하면 생리를 끊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곽 선생은 이를 몸으로 직접 보여주고 있다. 일단 적룡을 끊으면 무병장수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누구나 노력하면 가능하다. 그런데 일반인이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곽 선생의 주장에 의하면 불규칙한 수면, 폭음폭식, 과로한 노동, 지나친 섹스로 인해서 몸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행을 해야 하겠다는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몇 가지 수행방법을 매일 규칙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의지는 중앙 土로 표현한다. 그래서 사주팔자에 토가 많으면 도 닦는 일과 관련 있다고 짐작하는 것이다. 뜻이 강해야 도를 닦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인격이 바르지 못하면 장수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인간의 의지를 가지고 적룡을 끊으면 무병장수 할 수 있듯이, 동물도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곽 선생은 도가에서 전해지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거북이가 수행을 하면 야명주(夜明珠)를 얻는다고 본다. 야명주를 얻으면 등에 붙어 있는 단단한 껍데기가 떨어져 나간다. 용이 수행을 하면 벽화주(辟火珠)를 얻는다. 벽화주를 얻으면 하늘로 올라간다. 뱀이 수행을 하면 정풍주(定風珠)를 얻는다. 정풍주를 얻으면 오래 산다. 여우가 수행을 하면 월화주(月華珠)를 얻는다. 여우가 밤에 달보고 짖는 것은 달의 정기를 얻기 위해서이다. 월화주를 얻으면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한다. 이처럼 동물들도 우주자연의 정기를 먹으면 존재의 차원을 변화시킬 수 있다. 수행자가 도를 닦고 있으면 그 주변에 뱀이 모여들 수 있다. 기가 뻗치기 때문에 뱀들이 그 기를 먹기 위해서 모여드는 현상이다. 뱀들도 수행자로부터 품어져 나오는 기를 먹는다는 증거이다. 그래서 수행자는 ‘웅황’(雄黃)을 휴대하고 다닌다. 웅황은 누런 붉은 황토색의 돌을 가리킨다. 한약방에서도 약재로 판매한다. 붉은 황토색은 양기를 강하게 머금고 있다는 징표이다. 웅황을 가루로 내어 집 주변에 뿌려 놓으면 뱀들이 접근하지 못한다. 양 기운 앞에서는 음 기운이 꼼짝 못한다는 이치이기도 하다.
“화산은 중국의 오악(五嶽) 가운데에서도 가장 험한 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한번 가보니까 온통 험한 바위산이더군요. 2,100미터 정도의 바위산인데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르듯이 솟아있어서 보는 사람을 압도하고 남았습니다. 제가 가본 중국의 명산들 가운데 가장 장쾌한 인상을 주는 산이었습니다. 바위들도 대부분 화강암이라서 기운도 아주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중국사람들도 오악을 오경(五經)에 비유하곤 하였는데, 서악(西嶽)인 화산은 『춘추』에 비유하더군요. 춘추필법이라고 하듯이 화산의 기세가 그만큼 추상같다는 뜻이겠죠. 무협지에서 왜 화산을 단골무대로 설정하는지 대강은 짐작이 되더군요. 조선시대 선비들이 필수적으로 외워야만 했던 ‘태극도설’도 진단 선생이 화산의 석벽에 각인해 놓았다고 합니다. 화산에는 많은 동굴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곽 선생님은 한국사람이자, 여성의 몸으로서 어떻게 이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화산에 들어가서 도를 닦게 되었습니까?”
“한마디로 말한다면 전생 인연입니다. 중국에 처음 가게 된 것은 1995년이죠. 당시 중국에는 살아 있는 신선으로 알려진 왕리핑(王力平) 선생이 유명하였습니다. 한국에서 기공 수련을 하던 수련가들이 왕리핑 선생을 찾아가 공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보름에서 한달 정도 기간의 단기교습 과정이었습니다. 선도의 대가인 왕 선생 밑에서 공부를 하면 수행의 비전(秘傳)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많았습니다. 물론 수업료도 상당히 내야 했습니다. 선생을 모시고 비전을 공부하려면 정성도 필요하지만 돈도 있어야 합니다. 그 기간이 95년-97년까지 3년이었습니다. 왕 선생으로부터 들은 인상적인 이야기는 ‘여자공부는 하단전보다 중요한 것이 유계혈(乳鷄穴:젖가슴 사이의 혈)에 의식을 집중하는 것’이었다. 남자는 의식집중을 하단전에 하지만, 여자는 유계혈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왕 선생 문하에서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화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화산에 가면 여단도(女丹道)를 이룬 여자 도인이 한 사람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적룡을 끊었다는 이야기이죠. 중국 도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현재 중국에서 여단도를 성취한 유일한 분이라고 해요. 내가 여자니까 자연히 여단도에 관심이 갔죠. 그래서 화산에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그 선생님이 바로 저의 사부님인 조상정(曺祥貞:1922년- 현재) 선생님입니다. 이 분이 화산(華山) 남천문파(南天門派) 22대 장문입니다. 남천문파는 여자들이 수행하는 문파이기 때문에 여자들이 장문인 자리를 이어 받습니다. 제가 23대입니다. 항렬을 보면 祥, 宗, 太, 宇로 내려갑니다. 22대는 祥, 23대는 宗, 24대는 太, 25대는 宇자가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23대니까 법명에 宗자가 들어갑니다. 제가 다음에 법을 전해주는 24대 제자는 이름에 太자가 들어갈 것입니다.
조상정 사부님은 화산의 따상방(大上方)에서 평생 수도를 하셨습니다. 깎아지른 바위 절벽 중간에 있는 동굴을 수행처로 삼은 것이죠. 화산의 백운봉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무협지에서 묘사하는 동굴 수도처와 같아서 경관도 기가 막힙니다. 따상방에 올라가는 길도 아주 험합니다. 중간 중간에 쇠줄을 붙잡고 60-70도 경사의 돌계단을 올라가야 합니다. 이곳은 대대로 여자들이 수행하던 공간입니다. 남자 도사들은 별로 오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해발 1천5백 미터에 달하는 고지대에다가 바위 동굴이라서 겨울이면 엄청나게 춥습니다. 난방도 되질 않습니다. 이런 곳에서 10대 중반부터 수도를 한 것입니다. 조상정 사부님 어머니도 역시 화산에서 공부를 하였는데, 어머니 인연으로 소녀시절부터 화산에 머물며 출가를 한 것이죠. 60년대 후반 문화혁명 때 곤욕을 치렀습니다. 홍위병들이 올라와 화산의 유서 깊은 수 십 군데의 도관들과 동굴내부의 조각, 석상, 벽화들을 모조리 망가뜨렸습니다. 도사들 가운데 일부는 죽고 일부는 강제로 산에서 내려와 공장에서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강제로 환속을 하게 된 겁니다. 사부님도 처음에는 산밑의 약재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나중에는 서안에서 가까운 태백산으로 피신을 했습니다. 태백산도 3천5백 미터가 넘는 고산지대라서 사람이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험난한 곳이 많습니다. 지금도 1년에 2-3달만 일반에게 개방합니다. 문화혁명 시절 도사들 중 일부가 이 태백산으로 숨었다고 합니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초근목피하며 수행을 했던 것이죠. 겨울 태백산은 너무 추워서 발가락이 동상에 걸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조 선생님 말에 의하면 중국의 국민당 군인들 일부도 60년대 후반까지 태백산에 숨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산이 깊어서 인민공화국 군인들이 잡을 수 없었다는 겁니다. 문화혁명이 끝나고 다시 화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런 고생을 하면서 도맥을 지켜온 사람이 저의 조 사부님 입니다. 현재 중국의 8대 도인가운데 한 분이기도 합니다. 현재 80살이 넘은 고령이지만 도력이 대단합니다. 이 분을 만나려고 많은 중국사람들이 화산에 옵니다.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인연이 있어야 만나는 것 같습니다. 그 인연은 꿈으로 미리 예시를 하는 수가 많습니다.
제가 처음 화산에 가서 조상정 선생님을 만나러 갔을 때, 따상방을 자주 출입하는 여자 신도가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꿈에 황룡이 따상방을 올라가더랍니다. 빛이 나는 황금용이 올라 가길래 자신도 그 용을 따라가게 되었는데, 그 용이 따상방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에 용띠가 있읍니까?’하고 물었답니다. 그리고 나서 그 여자신도가 꿈을 깨었습니다. 다음날 그 신도가 실제로 따상방에 올라가서 ‘수도하는 사람 가운데 용띠가 혹시 있읍니까?’하고 물으니까, 조 선생님이 ‘지금 올라오고 있다’고 답변하였다고 해요. 그리고 나서 제가 따상방에 올라간 것입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제가 庚辰生 용띠입니다. 이런 꿈 이야기는 나중에 제가 따상방에 가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제가 전생부터 조 선생님과 그리고 화산 따상방과 인연이 있었지 않나 여겨집니다. 제가 처음으로 따상방에 도착하니까 조 선생님이 미리 대접에다 설탕물을 타 놓고 기다리더군요. 올라오느라고 피곤할 테니까 설탕물을 먹으라는 것이죠. 꺼내는 첫마디가 ‘천상에서 같이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때부터 제가 따상방에 머물면서 조 선생님의 지도를 받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동굴에서 잠을 잤습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깜깜합니다. 해발 1천5백미터의 동굴의 바닥에다 걸상 하나놓고, 그 위에다 이불 깔고 잔다고 생각해 보세요. 영화 속의 한 장면입니다. 해 떨어지면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일과입니다. 새벽 2시 30분에 기상합니다. 30분 정도 세면을 한 다음에 3시가 되면 옥황동이라는 동굴 법당에 올라갑니다. 아침 7시까지 4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옥황경』을 읽습니다. 몸에 경락이 열리지 않으면 4시간 동안 꿇어앉아 있을 수가 없죠. 저는 처음부터 4시간을 꼼짝 않고 있었습니다. 조 선생님이 그 인내심을 보면서 제자로 삼을 생각을 낸 것 같아요. 아침 독경이 끝나면 숙소에 내려와서 식사를 합니다. 식사는 벽곡(辟穀:곡기를 피하는 법)입니다. 쌀을 먹지 않습니다. 사과를 껍질 벗겨서 솥에다 찝니다. 이 사과를 하루에 한번 아침 무렵에 먹어요. 점심 무렵에는 식사를 하지 않고 수련을 합니다. 점심때 하는 수련을 오시공(午時功)이라고 하죠. 한밤의 자시와 한낮의 오시가 인체 리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오시에는 반드시 수련을 해야 합니다. 오후 4시 무렵에 식사를 합니다. 이때 먹는 음식은 산에서 나는 더덕, 마(麻), 대추, 약초 등등을 솥에다 몰아 넣고 찐 것입니다. 하루 먹는 식사의 전부가 이렇습니다. 이것이 화산파의 벽곡법이기도 합니다. 겨울에 추워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난방장치가 없어요. 1천5백 미터의 산속 동굴에서 난방장치 없이 겨울을 나는 일이 제일 어렵습니다. 화장실도 절벽 끝에다 만들어 놓았어요. 물론 수세식이 아니죠. 찬바람이 계곡에서 슁-슁 불어와요. 한번 변을 보고 오면 찬바람에 노출되어서 1시간 가량 배가 아팠습니다. 화산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곽종인 <2편> http://blog.naver.com/ilsim64/22102605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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