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운(虛雲) 화상]
5) 생사심(生死心)과 장원심(長遠心)
참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사심(生死心, 생사가 목전에 걸려 있다고 느끼는 다급하고 절박한 마음)이 간절해야 하며, 동시에 장원심(長遠心, 오래도록 꾸준히 밀고 나가는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사심이 간절하지 않으면 의정(疑情)이 일어나지 않으며 공부가 제대로 향상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장원심이 없으면 마치 하루 볕을 쬐고 열흘 추운 것과 같아서 공부가 조금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반드시 장원하고도 간절한 마음이 있어야 진정한 의심이 일어나는데, 진정한 의심이 일어날 때에는 번뇌를 쉬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쉬게 됩니다. 그러다가 시절이 한 번 이르면 자연히 물이 흐르는 곳에 도랑은 생기게되는 법입니다.
제가 제 눈으로 직접 목격한 사실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청나라 경자(庚子, 1900)년에 8국의 연합군이 북경에 쳐들어왔습니다. 그 때 저는 광서(光西) 황제, 자희(慈禧) 태후 일행과 함께 피난을 갔는데, 중간에 사정이 생겨서 도보로 섬서 방면으로 도망치게 되었습니다.
날마다 수십 리씩을 도망갔는데, 며칠 동안 밥조차 먹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노상에서 한 노인이 고구마 줄기를 쪄서 광서 황제에게 올렸습니다. 황제는 다 먹고 나서 그 노인에게 "이것이 뭔데, 이렇게 맛이 있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그 때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황제는 평소에 상당히 거드름을 피우고 대단한 위풍을 보이며 살았지만, 어찌 일찍이 멀리 걸어 보았겠으며, 어찌 일찍이 반 끼나마 배를 곯아 보았을 것이며, 어찌 일찍이 고구마 줄기 따위를 자셔 보았을 것인가?
그러나 지금은 거드름도 피우지 못하고 위풍도 과시하지 못하며, 길에서는 뛸 수도 있었고 배고 곯을 수 있었으며 채근도 먹을 수 있었다. 어째서 그가 이처럼 체면 불고하고 행동할 수 있었을까? 연합군이 그를 죽이려고 하니 그는 살겠다는 일념으로 도망칠 생각만 한 것이 아닌가?'고.
그러나 뒤에 강화 협상이 이루어져 어가가 다시 북경으로 돌아가게 되자 거드름도 피우게 되었고, 위풍도 과시하게 되었으며, 길에서 뛰지 않아도 되었고, 배를 곯지 않아도 되어, 조금이라도 맛없는 음식을 먹으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째서 그가 이 때에는 맛없는 음식이 목구멍으로 안 넘어가게 되었습니까? 연합군이 그를 죽이려고 하지 않으므로 그는 살기 위해 도망칠 생각이 없어졌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만약 그가 항상 도망칠 때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일을 해 나간다면 안 되는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런 장원심이 없었기 때문에, 순경(順境)을 만나자 예전의 태도가 다시 싹트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은 동참하고 있습니까? 무상살귀(無常殺鬼)가 바로 이 순간에도 우리의 목숨을 노리고 있으며, 더구나 저들은 아주 우리와 협상이라는 것은 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흔쾌히 장원하고도 간절한 마음을 내어 생사를 요달하여 해탈해야 합니다.
고봉원묘(高峯原妙) 선사가 말씀하시기를 "참선을 함에 있어서 기한을 정해 놓고 공부를 이루려고 한다면, 마치 천 길 우물 밑에 떨어진 것과 같이 하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천 생각 만 생각이 오직 벗어나려는 마음뿐이어야 하며, 구경에 이르기까지 결코 두 생각이 없어야 한다. 참으로 이렇게 애써서 3일, 5일, 혹은 7일에 사무치지 못한다면 내가 오늘 큰 거짓말을 한 것이니, 길이 발설지옥에 떨어지리라"하였습니다.
저 어르신이 한결같이 자비심이 간절하여 우리가 장원하고도 간절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을까 염려하여 이렇게 다짐을 거듭하고 우리를 위해 보증하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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